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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이야기/2016년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작년 일본에서 개봉한 오리지널 극장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유료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일본에서는 BD가 발매될 즈음이 되어서야 정식개봉을 하게 되는데, 어찌되든 스크린으로 볼 수 있게되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정식 개봉에 앞선 유료시사회에서는 입장 선착순으로 특전을 주는데, 토요일은 사인 색지, 일요일은 일본에서는 랜덤 제공되었다는 4종 일러스트 색지 세트였습니다.

 표 보여주고 입장하면 상영관 입구에서 직원이 나눠주더라구요.


 제작진은 다들 아시다시피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 + 오카다 마리 각본 + 다나카 마사유키 디자인.


 작품 이야기를 하자면, 미숙한 청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 시작 시점에서 등장인물들은 각자 고민을 끌어안고 있습니다.

 

 중심인물인 준의 경우는 아버지의 바람으로 인한 부모의 이혼.

 사카가미는 자식의 진학 문제로 인한 부모의 이혼.

 니토는 사귀던 남자친구와 본의 아닌 말실수로 어영부영 헤어진 것을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고,

 타사키는 본인의 문제로 야구부의 갑자원 진출이 실패한 것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솔직하지 못하고 만사 짜증만 내고 있죠.



 특히 준의 경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다가 아버지의 불륜이 들통나 가정이 파탄났고,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까지 '네가 떠들어대는 바람에 이렇게 된거다'라는 소리를 듣고 심인성 실어증에 걸린 것으로 나옵니다. 본격적인 준의 갈등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데, 실어증에 걸려서 말을 못하게 되자 준을 맡아 키우게 된 어머니는 '남 보기 부끄럽다'면서 딸에게 짜증을 내고, 마을 사람을 만나는 것도 금지할 정도지요.

 준은 준대로 자기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어린시절 충격이 너무 커서, 이젠 목소리를 내면 스트레스성 복통으로 쓰러질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도저히 속마음을 터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각자 갈등을 끌어안고 있는 상황에 학교 이벤트인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회에 담임 선생 덕분에 본의아닌 참가를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우연히 사카가미를 보고 용기를 얻은 준이 '뮤지컬'을 해보겠다고 나서면서 주연 4명이 각자의 갈등을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주역 4인방 모두 속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상대와의 소통에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기에 갈등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는 준이 (사카가미의 도움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자 다른 3명이 자신을 돌아보고 갈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변모하게 되지요.

 단순하게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고, 이 4명간의 관계 이야기도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이 4명 사이에서 큰 이벤트가 일어납니다만 네타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주역 4명의 갈등에 대한 설명과 그 해결에 이르는 과정은 설득력 있게 그려진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막판의 준에 대해서 준의 갈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고 있는 3명 외의 반 친구들까지 묘하게 관대한 점은 미묘. 현실에서 그렇게 이해심이 넓은 고등학생만으로 구성된 반은 없습니다...=_=;;

 물론 극중 반 친구들이 '어차피 판은 벌어졌으니 끝까지 간다' 같은 발언으로 상황을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좀 부실해요. 너무 희망적으로만 흘러갔다고 해야할까요... 클라이막스라서 여기서 또 갈등이 터지면 작품을 끝낼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될테지만.


 또 이 작품은 '소통을 하지 않아서 생긴 갈등'을 그리고 있지만 이야기를 모두 말로 풀지는 않아서 작품을 볼 때 한눈을 팔면 안됩니다. 심인성 실어증 상태인 준은 물론이거니와 니토의 갈등에 대해서는 중학교 시절 사카가미와의 에피소드를 대사 거의 없이 영상으로 뿌려주기 때문에, 잠깐 딴생각하면 이런 부분들을 놓치고 왜 저렇게 된거지? 할 수도 있다고 봐요.

 2시간 정도의 애니메이션(영상)이기에 이러한 연출을 하는거야 당연하긴 하지만, 소설이나 만화, 하다못해 TVA 보다는 아무래도 많이 축약했다는 느낌을 줘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판 포스터에서는 지브리 어쩌고 하지만 흥행 성적에서 그렇다는거고, 이야기 자체는 보통 지브리 하면 생각하는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판타지 같은 감성과는 거리가 멀죠(계란왕자라는 판타지 같은 요소가 있지만, 이건 준의 도피성 망상이라고 봐야함;;). 바다가 들린다라던가 하는 작품이라면 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주역 4명의 갈등의 원인과 해결까지 이르는 과정이 빠진거 없이 어떻게든 다 집어넣어줬고, 이야기 구성에서도 큰 무리수는 없어보이기 때문에 괜찮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의 이야기에서 흔히 보이는 '여기서부터 울어라' 같은 부분도 생각보다 적다고 봐요.

 (아노하나와 같은 부분은 없다고 봐도 됨.)


 일본에서는 소설판이 발매되고 만화판이 연재중이라고 하던데, 이야기를 좀더 긴 호흡으로 자세하게 묘사가 가능한 소설과 만화쪽으로 본다면 더 이해하기 쉽고 재미가 있었을 것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정식 개봉하면 한번 더 볼만할 것 같아요.

 특전을 뭘로 주든 저는 사인색지 같은거 받았으니 별로 탐은 나지 않을 것 같지만.(웃음)